나의 이야기/그래,그렇지-(좋은글)

담쟁이 - 도종환 -

E.M-Y 2016. 10. 30. 18:55






저것은 벽.

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

우리가 느낄 때


그 때

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.


물 한 방울 없고

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

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

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

앞으로 나아간다.


한 뼘 이라도

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.

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

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.


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

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

담쟁이 잎 하나는

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

결국 그 벽을 넘는다.



담쟁이 .   - 詩 : 도종환 -